메모가 자꾸 증발했다. 그래서 AI한테 문서함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나는 뭔가를 기록은 잘한다. 문제는 다시 못 찾는다는 거다. 영수증은 사진첩에, 아이디어는 채팅에, 링크는 어딘가에. 두 달 뒤엔 "그거 어디 적어놨더라"로 끝난다. 개발자가 아닌 내가 AI한테 시켜서 이걸 고친 이야기다. 잘된 부분과, 중간에 자빠진 부분 둘 다.
1. 내가 AI한테 한 첫마디
거창한 기획서 같은 건 없었다. 나는 그냥 이렇게 말했다. "내가 채팅으로 메모나 사진을 보내면 저장해줘. 사진이면 글자를 읽어서 저장하고. 나중에 '그 항공권 예약번호 뭐였지' 하면 찾아줘."
AI는 이걸 몇 개의 기능으로 쪼갰다. 저장, 검색, 상세 보기, 목록. 나는 그게 뭔지 몰라도 "응 그렇게 해줘" 하면 됐다. 이게 바이브코딩의 좋은 점이다. 내가 설계를 몰라도, 원하는 걸 말하면 AI가 구조를 제안한다.
2. 알고 보니 핵심은 '두 군데 저장'이었다
AI가 설명해준 걸 내 말로 옮기면 이렇다. 한 군데만 저장하면 위험하단다. 그래서 같은 메모를 두 곳에 넣기로 했다.
- 검색용 저장소 — 빠르게 찾기 위한 것. "항공권 예약"이라고 치면 관련 메모가 튀어나온다.
- 평문 파일 보관소 — 나중에 이 도구를 안 쓰게 돼도, 내 메모가 그냥 텍스트 파일로 남는다. 특정 앱에 인질로 잡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왜 굳이 두 번 저장해?"라고 물었다. 답은 이랬다. 하나는 빨리 찾기 위해, 하나는 영원히 잃지 않기 위해. 이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비개발자인 나도 이건 이해가 됐다.
3. 실제로 써보니 — e-티켓이 살아났다
여행 준비 중에 항공 e-티켓을 받았다. 나는 그냥 그 화면을 AI 비서한테 보냈다. 비서가 글자를 읽어(예약번호·편명·날짜) 문서함에 넣었다. 며칠 뒤 "지난번 항공권 예약번호?"라고 물었더니 한 줄로 돌려줬다. 예전 같으면 사진첩을 스크롤하며 찾았을 것이다.
4. 그런데 여기서 하나 배웠다 — '권한을 다 주면 안 된다'
메모를 여러 기기에서 보려면 어딘가로 동기화해야 한다. 나는 처음엔 "그냥 AI 비서가 알아서 다 하게 하면 되잖아?"라고 생각했다. AI가 말렸다. 비서한테 뭐든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언젠가 그게 사고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할을 나눴다. 비서는 '저장해줘'만 호출하고, 실제로 민감한 작업(다른 기기로 밀어넣기)은 뒤에서 제한된 권한을 가진 별도 부품이 처리한다. 나는 이걸 통해 처음으로 '권한 분리'라는 걸 몸으로 이해했다. 편한 것과 안전한 것은 자주 반대 방향이다.
5. 비개발자가 얻은 교훈
- 문제를 '앱 부족'으로 오해하지 마라. 나한테 부족했던 건 새 앱이 아니라 '입구 하나'와 '검색 하나'였다.
- 내 데이터는 평문으로도 남겨둬라. 도구는 언젠가 바뀐다. 텍스트 파일은 안 배신한다.
- 편하다고 AI한테 전권을 주지 마라. 필요한 것만, 딱 그만큼만.
6. FAQ
- Q: 그냥 메모 앱 쓰면 안 되나요?
A: 되죠. 근데 저는 '대화하다 그 자리에서 저장', '사진을 읽어서 검색'이 필요했어요. 그게 되는 순간 메모를 안 잃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 Q: 코드를 하나도 모르는데 이런 걸 만들 수 있어요?
A: 저도 몰라요. 원하는 걸 말로 설명하고, 안 되면 에러를 그대로 붙여넣으면 됩니다. 대신 '왜 이렇게 했는지'는 꼭 물어보세요. 나중에 깨졌을 때 그게 지도가 됩니다. - Q: 제일 중요한 한 가지는요?
A: 두 곳에 저장하는 것. 하나는 빨리 찾으려고, 하나는 영원히 안 잃으려고.
7. 마치며
개인 지식 관리는 '더 잘 저장하기'가 아니라 '확실히 다시 찾기'의 문제였다. 입구를 하나로 모으고, 빨리 찾을 곳과 영영 남을 곳 두 군데에 넣어두니, 두 달 뒤의 "그거 어디 적어놨더라"가 한 줄 검색으로 끝났다. 코드는 몰라도 이 정도 판단은 할 수 있었다. 그게 바이브코딩의 진짜 재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