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그런데 AI한테 시켜서 앱을 만들어 서버에 돌린다

나는 코드를 처음부터 짤 줄 모른다. 기획 일을 한다. 그런데 지금 내 서버에는 내가 'AI한테 말로 시켜서' 만든 앱 여러 개가 돌아가고 있다. 개인 문서함, 여행 맛집 지도, 단어 암기 앱, 블로그 자동화. 잘 돌아간다. 그러다 어느 날 조용히 깨진다. 이 블로그는 그 과정과, 무엇보다 내가 깨진 기록이다.

1. '바이브코딩'이 뭐길래

거창한 게 아니다. 나는 만들고 싶은 걸 평범한 말로 설명한다. "사진을 보내면 글자를 읽어서 저장해주고, 나중에 검색되게 해줘." 그러면 AI가 코드를 쓴다. 나는 그걸 돌려보고, 안 되면 "이런 에러가 나" 하고 붙여넣는다. 그럼 또 고친다. 이 왕복을 반복하면 어느새 돌아가는 물건이 하나 생긴다.

핵심은 내가 코드를 이해 못 해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대가가 있다. 코드를 모르니, 왜 깨졌는지도 처음엔 모른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게 이 여정의 진짜 내용이다.

2. 그래서 뭘 만들었나

  • 개인 문서함 — 메모·영수증·링크를 채팅으로 던지면 저장되고, 나중에 검색으로 찾는다.
  • 여행 맛집 지도 — 영상에서 식당을 뽑아 지도에 얹으려 했다(그리고 법의 벽을 만났다).
  • 단어 암기 앱 — 영어·일본어 초급 단어를 카드로 외우는 웹앱.
  • 블로그 자동화 — 지금 이 글이 올라오는 파이프라인.

대단한 기술은 없다. 남들이 보면 소박한 것들이다. 하지만 개발자가 아닌 내가, 혼자, 실제로 돌아가는 걸 만들어 굴리고 있다는 게 나한텐 사건이었다.

3. 진짜 어려운 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게 하는 것'

만드는 건 오히려 쉬웠다. AI가 도와주니까. 어려운 건 그다음이다. 내 화면에서 한 번 돌아가는 것과, 아무도 안 볼 때 서버에서 계속 돌아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나는 그 차이를 전부 깨지면서 배웠다.

4. 내가 깨진 기록들 (앞으로 하나씩 풀 이야기)

  • 블로그가 4일간 조용히 죽어 있었다. 숨어 있던 에러 하나가 발행 전체를 멈춰 세웠는데, 아무도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나흘 뒤에야 알아챘다. 교훈: '조용한 실패'가 제일 무섭다.
  • 맛집 하나가 엉뚱한 지역에 찍혔다. 지역명을 못 찾으면 대충 다른 걸로 때우게 해놨더니, 한 식당이 원래 지역에서 수백 km 떨어진 곳에 꽂혔다. 교훈: '없으면 대충'은 조용한 거짓말을 만든다.
  • 앱 설정 몇 개 옮겼더니 사이트가 통째로 에러를 뱉었다. 사소하다고 생각한 변경이었다. 교훈: '사소한 변경' 같은 건 없다.
  • 업그레이드하고 뿌듯했는데, 알고 보니 그 코드는 원래 안 돌고 있었다. 고친 건 맞는데 아무 데서도 실행되지 않는 죽은 코드였다. 교훈: '고쳤다'와 '적용됐다'는 다른 말이다.
  • 단어 앱의 AI가 갑자기 먹통이 됐다. 내가 딴 데서 돌리던 무거운 작업이 공짜 사용량을 다 써버린 탓이었다. 교훈: 내 것들끼리도 자원을 뺏는다.

5. 이 블로그가 앞으로 할 이야기

기술 튜토리얼은 세상에 많다. 그런데 비개발자가 실제로 삽질하다 깨진 기록은 잘 없다. 성공담은 넘치고 실패담은 지워진다. 나는 반대로 하려 한다. 뭘 만들었는지보다 어디서 어떻게 자빠졌는지를 남긴다. 왜냐하면 배움은 거기 있었고, 나 같은 사람이 다음에 덜 자빠지려면 그게 필요하니까.

코딩을 못 해도 이제 뭔가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만들 수 있다'와 '유지할 수 있다' 사이엔 넓은 강이 있다. 이 시리즈는 그 강을 비개발자가 맨몸으로 건너는 기록이다.

6. 이 시리즈가 도움 될 사람

  • 코드는 모르지만 만들고 싶은 게 있는 사람.
  • AI한테 시켜서 뭔가 만들어봤는데, 자꾸 깨져서 좌절한 사람.
  • 남의 성공담 말고, 실제로 뭐가 어떻게 잘못되는지 궁금한 사람.

7. 다음 글 예고

첫 두 편은 이렇게 이어진다. (1) "메모가 자꾸 증발해서 AI한테 문서함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 흩어진 메모를 한 곳에 모은 이야기. (2) "유튜브 맛집 영상으로 여행 지도를 만들려다 법의 벽 앞에서 멈췄다" — 기술은 됐는데 하면 안 되는 걸 배운 이야기. 만든 이야기와, 못 하게 된 이야기. 둘 다 진짜다.